글
Music 2005. 1. 12. 13:58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(이현도)
(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이현도님의 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.
저를 포함한 꿈을 가진 음악도라면 꼭 읽어봐야 할 듯 해서 올립니다.)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1
- 음악은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것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주변에서 가끔 음악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.
나는 그 때마다 적당한 대답을 찾느라 고심한다. 그들은 잔득 기대를 하
고 다음에 내가 할 말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나로서는 막상 얘기해줄 게
없다. 나에게 음악은 이론 공부가 아니라 실제로 하면서 느끼는 것이기
때문이다. 나는 음악을 이론으로 시작하지 않았다. 한번은 이론적으로 음
악을 공부하기 위해 화성학 책을 구해다가 밤새 읽어보기도 했지만
아무리 읽어도 내게 도움을 주는 것이 없었다.
기껏 열심히 놓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비비꼬아 놓았다
는 생각만 들었다.
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음악 이론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.
또 한번의 이런 편견에 쐐기를 박은 것이 서울 예전 실용음악과 입학시험
을 치른 경험이었다. 그때 실용 음악을 배우려고 지원했는데
막상 시험장에 가보니 전자악기는 낄 여지가 없었다. 전기 코드를 꼽으려
고 아무리 코드를 찾아 도 보이질 않았다. 실용음악과에서조차 전자음악
은 음악으로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. 물론 지금에야 많이 달라졌겠지
만 그때 이후로 음악은 어디에 기대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더
욱 굳히게 되었다.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나라에서도 전자음악
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책도 나오기 시작
했으므로 후배들은 경험자들이 쌓아놓은 이론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
있을 것이다. 감성 위에 이론이 보태진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은 없
다. 어쨌든 나의 음악생활은 음악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. 닥치는
대로 들었다.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까지 CD란 CD는 다 구해서 들어
야 직성이 풀렸다. 그렇게 음악을 듣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장르를
알게 되고 음들이 여러 가지로 구분되어 들리기 시작한다. 드럼소리, 피
아노 소리, 기타소리.... 이렇게 채널별로 소리가 들리면 음악적으로 귀
가 뚫렸다고들 말한다.
음악듣기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으로는 흉내내기를 연습해야 한다. 악기
는 무엇이든 좋다. 단지 들었던 그 음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그 분위기
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똑같이 내 보는 것이다. 보통 신디사이저로 이런
연습을 하게 되는데 나 역시 가정용 신디사이저로 이런 연습을 했다. 이
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쉬운 악보를 보고 신디사이저를
무작위로 친다.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이게 이래서 이런 음과 이런 박자
를 사용하는 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. 예를 들어 드럼
과 건반이 어떻게 어울려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박자감, 리듬감이 생기
는지(전문용어로 그루브) 느끼게 되는 것이다. 그 다음부터는 그야말로
자신의 노력과 소질에 달려있다. 이런 감은 알게 되면 그 다음은 창조의
영역이기 때문이다. 나는 듣기 좋고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며 그 편
안한 느낌이 자기 마음에 흡족하게 다가오는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
각한다. 음악은 결국 다른 여러 가지 소리들의 조화로운 어울림인 거고
이 앙상블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.
나는 본격적으로 음악작업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음악을 들었는데 유
독 흑인음악에 끌렸다. 백인음악의 잘 짜여지고 폭발적인 락 적 감성표출
과 달리 흑인음악은 왠지 자유롭고 꿈틀거리는 그 무엇이 느껴졌다. 말로
는 표현할 수 없는 원초적인 자극 그 자체였다. 내가 흑인 음악에 방향
을 맞춰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도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그 느낌을
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. 기성 작곡가가 된 지금도 음악듣기는 초보시절
보다 더욱 열심히 한다. 빌보드 차트에 오른 1위에서 10위까지의 곡 중에
서 절반이 흑인음악인데 이 음악들을 다 구입해 세심하게 듣는 게 습관화
되어 있다. 이렇게 열심히 남의 곡을 듣는 것은 표절을 위해서가 아니라
추세나 흐름, 스타일, 구성, 시도 등을 보면서 내 나름의 감각을 계속 새
롭게 단련하기 위해서다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2
- 음악은 짜내는 것이 아니라 퍼 담는 것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책을 보다가 우연히 베토벤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."내가 작곡을 하는
게 아니라 단지 거기 있어야 될 음을 거기에 넣는 것뿐이지요"사람들이
베토벤을 만나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작곡을 잘 하느냐고 물으니까 이렇
게 대답했다는 구절이었다. 내가 베토벤을 들먹거리며 내 얘기를 한다는
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이해가 되는
부분이다. 음악이란 짜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본능적으로
음악의 샘에 고인 것을 퍼 담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. 나 역시 노
래가 저절로 떠오른다. 항상 음악만 생각하고 생활하다보니 밥을 먹다가
도,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멜로디가 떠오른다. 그냥 차안에서 흥얼거리다
가도 리듬이 덜컥 잡힌다. 그래서 나는 항상 메모지와 녹음기를 갖고 다
닌다. 그 멜로디가 착상되었을 때 바로 메모하고 녹음 해놓지 않으면 스
르르 다시 날라가 버릴까봐서다. 아마도 음악이 자연의 산물이라는 말도
이래서 생겼는지 모른다. 음악은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그 음악이 거기
있는데 내가 발견해 낸 것이라는 그런 느낌 말이다. 이렇게 기본 멜로디
가 착상되면 그 다음 리듬과 음을 조화롭게 연결하고, 변화를 주어 한 곡
을 완성하게 된다.
작사 역시 마찬가지다. 어떤 때는 가사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멜로디
와 가사가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. 최근에 발표한 D.O 앨범에 수록된 '친
구에게'는 작사와 작곡이 함께 떠오른 대표적인 곡이다. 나는 작사를 비
교적 쉽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것은 진솔하게 말하듯이 작사를 하기 때문
이다. 그러나 처음 하는 후배들에게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. 작사를 하기
위해서는 운율도 맞춰야 하고 뜻도 함축적이며 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
어휘력이 뛰어나야 한다. 또 노래 가사를 모두다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니
니까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책을 통해 간접경험도 많
이 해야 한다.
이렇게 노래의 기본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되면 편집을 통해 음악을 보다
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넘어간다. 나는 지금까지도 데
뷔 시절부터 쓰던 아타리의 '로테이터'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아마
도 지금은 단종이 됐을 구식 프로그램이다. 옛날 것이라 에러가 많은데
도 계속 작업이 걸리니까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쓰고 있
는 형편이다. 악기의 음색은 미국 것을 즐겨하는데 미국소리가 강하고 터
프하다면 일본 쪽 소리는 아기자기한 게 특징이다. 처음 음악을 시작하
는 사람이면 악기사나 주변에 있는 음악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
램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받으면 가장 좋다.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3
- 데모테잎을 만들기 전에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좋은 음악인은 어디 있어도 남들이 알아보게 된다.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
들 중에는 자신이 음악을 만든다 해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
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. 등용문이 따로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런 답답함
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. 나는 '현진영과 와와'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
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어
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 하는 고민은 당연한 일이다. 그러나 나는 정말
로 열정을 갖고 재능을 키우면 불투명해 뵈는 앞길이 분명 열리게 될 것
이라고 확신한다. 음악을 열심히 해서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는데도 기회
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데모테잎을 만들어 기획사나 음반사를 찾아
가는 일부터 해야 한다. 데모테잎이란 다들 알겠지만 자신의 노래를 소개
하는 테잎이다. 고난도의 기술과 음을 사용하여 편집할 수도 있고 단순
한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유치한 수준일 수도 있다. 단지 자신의 음
악 수준과 음악세계를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. 기획사나 음반사에
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가능성을 발견하면 얼마든지 새롭게 편집되고
수정될 수 있으니까.
단지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데모테잎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. 그
러나 단번에 자신의 데모테잎이 채택되기를 바란다면 그건 무리다. 사람
마다 듣는 귀가 다르고 기획사나 음반사마다 특성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
이다. 따라서 한두 군데서 거절당했다고 절대로 상심할 필요는 없다. 우
리나라에 기획사나 음반사가 어디 한 두 군데인가. '서태지와 아이들'도
수많은 음반사에서 거절을 당한 끝에 결국 반도음반에서 시험삼아 음반
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. 새로운 음악, 좋은 음악은 오히려 고난을 겪을
수 도 있다. 그러나 나는 데모테잎을 만들기 전에 먼저 '과연 내가 하산
(?)할 때가 되었나?'하는 반문을 먼저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. 아무
리 데모테잎을 만들어 음반사를 찾아다닌다 해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쓸
데없는 일이기 때문이다. 뭔가 색다른 자기만의 색채가 없는 적당히 흉내
낸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. 그래서 어쩌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
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. '가수는 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
지 인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.' 라고 마음먹고 나를 선택하든 말
든 나는 음악이 좋아 음악을 하겠다는 그런 자세를 가지면 의외로 기회
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다.
출처 : 다음 : MIDI 카페
저를 포함한 꿈을 가진 음악도라면 꼭 읽어봐야 할 듯 해서 올립니다.)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1
- 음악은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것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주변에서 가끔 음악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.
나는 그 때마다 적당한 대답을 찾느라 고심한다. 그들은 잔득 기대를 하
고 다음에 내가 할 말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나로서는 막상 얘기해줄 게
없다. 나에게 음악은 이론 공부가 아니라 실제로 하면서 느끼는 것이기
때문이다. 나는 음악을 이론으로 시작하지 않았다. 한번은 이론적으로 음
악을 공부하기 위해 화성학 책을 구해다가 밤새 읽어보기도 했지만
아무리 읽어도 내게 도움을 주는 것이 없었다.
기껏 열심히 놓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비비꼬아 놓았다
는 생각만 들었다.
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음악 이론서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.
또 한번의 이런 편견에 쐐기를 박은 것이 서울 예전 실용음악과 입학시험
을 치른 경험이었다. 그때 실용 음악을 배우려고 지원했는데
막상 시험장에 가보니 전자악기는 낄 여지가 없었다. 전기 코드를 꼽으려
고 아무리 코드를 찾아 도 보이질 않았다. 실용음악과에서조차 전자음악
은 음악으로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. 물론 지금에야 많이 달라졌겠지
만 그때 이후로 음악은 어디에 기대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더
욱 굳히게 되었다.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나라에서도 전자음악
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책도 나오기 시작
했으므로 후배들은 경험자들이 쌓아놓은 이론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
있을 것이다. 감성 위에 이론이 보태진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은 없
다. 어쨌든 나의 음악생활은 음악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. 닥치는
대로 들었다.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까지 CD란 CD는 다 구해서 들어
야 직성이 풀렸다. 그렇게 음악을 듣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장르를
알게 되고 음들이 여러 가지로 구분되어 들리기 시작한다. 드럼소리, 피
아노 소리, 기타소리.... 이렇게 채널별로 소리가 들리면 음악적으로 귀
가 뚫렸다고들 말한다.
음악듣기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으로는 흉내내기를 연습해야 한다. 악기
는 무엇이든 좋다. 단지 들었던 그 음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그 분위기
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똑같이 내 보는 것이다. 보통 신디사이저로 이런
연습을 하게 되는데 나 역시 가정용 신디사이저로 이런 연습을 했다. 이
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쉬운 악보를 보고 신디사이저를
무작위로 친다.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이게 이래서 이런 음과 이런 박자
를 사용하는 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. 예를 들어 드럼
과 건반이 어떻게 어울려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박자감, 리듬감이 생기
는지(전문용어로 그루브) 느끼게 되는 것이다. 그 다음부터는 그야말로
자신의 노력과 소질에 달려있다. 이런 감은 알게 되면 그 다음은 창조의
영역이기 때문이다. 나는 듣기 좋고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며 그 편
안한 느낌이 자기 마음에 흡족하게 다가오는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
각한다. 음악은 결국 다른 여러 가지 소리들의 조화로운 어울림인 거고
이 앙상블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.
나는 본격적으로 음악작업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음악을 들었는데 유
독 흑인음악에 끌렸다. 백인음악의 잘 짜여지고 폭발적인 락 적 감성표출
과 달리 흑인음악은 왠지 자유롭고 꿈틀거리는 그 무엇이 느껴졌다. 말로
는 표현할 수 없는 원초적인 자극 그 자체였다. 내가 흑인 음악에 방향
을 맞춰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도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그 느낌을
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. 기성 작곡가가 된 지금도 음악듣기는 초보시절
보다 더욱 열심히 한다. 빌보드 차트에 오른 1위에서 10위까지의 곡 중에
서 절반이 흑인음악인데 이 음악들을 다 구입해 세심하게 듣는 게 습관화
되어 있다. 이렇게 열심히 남의 곡을 듣는 것은 표절을 위해서가 아니라
추세나 흐름, 스타일, 구성, 시도 등을 보면서 내 나름의 감각을 계속 새
롭게 단련하기 위해서다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2
- 음악은 짜내는 것이 아니라 퍼 담는 것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책을 보다가 우연히 베토벤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."내가 작곡을 하는
게 아니라 단지 거기 있어야 될 음을 거기에 넣는 것뿐이지요"사람들이
베토벤을 만나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작곡을 잘 하느냐고 물으니까 이렇
게 대답했다는 구절이었다. 내가 베토벤을 들먹거리며 내 얘기를 한다는
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이해가 되는
부분이다. 음악이란 짜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본능적으로
음악의 샘에 고인 것을 퍼 담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. 나 역시 노
래가 저절로 떠오른다. 항상 음악만 생각하고 생활하다보니 밥을 먹다가
도,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멜로디가 떠오른다. 그냥 차안에서 흥얼거리다
가도 리듬이 덜컥 잡힌다. 그래서 나는 항상 메모지와 녹음기를 갖고 다
닌다. 그 멜로디가 착상되었을 때 바로 메모하고 녹음 해놓지 않으면 스
르르 다시 날라가 버릴까봐서다. 아마도 음악이 자연의 산물이라는 말도
이래서 생겼는지 모른다. 음악은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그 음악이 거기
있는데 내가 발견해 낸 것이라는 그런 느낌 말이다. 이렇게 기본 멜로디
가 착상되면 그 다음 리듬과 음을 조화롭게 연결하고, 변화를 주어 한 곡
을 완성하게 된다.
작사 역시 마찬가지다. 어떤 때는 가사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멜로디
와 가사가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. 최근에 발표한 D.O 앨범에 수록된 '친
구에게'는 작사와 작곡이 함께 떠오른 대표적인 곡이다. 나는 작사를 비
교적 쉽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것은 진솔하게 말하듯이 작사를 하기 때문
이다. 그러나 처음 하는 후배들에게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. 작사를 하기
위해서는 운율도 맞춰야 하고 뜻도 함축적이며 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
어휘력이 뛰어나야 한다. 또 노래 가사를 모두다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니
니까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책을 통해 간접경험도 많
이 해야 한다.
이렇게 노래의 기본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되면 편집을 통해 음악을 보다
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넘어간다. 나는 지금까지도 데
뷔 시절부터 쓰던 아타리의 '로테이터'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아마
도 지금은 단종이 됐을 구식 프로그램이다. 옛날 것이라 에러가 많은데
도 계속 작업이 걸리니까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쓰고 있
는 형편이다. 악기의 음색은 미국 것을 즐겨하는데 미국소리가 강하고 터
프하다면 일본 쪽 소리는 아기자기한 게 특징이다. 처음 음악을 시작하
는 사람이면 악기사나 주변에 있는 음악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
램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받으면 가장 좋다.
※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3
- 데모테잎을 만들기 전에
글쓴이: 이현도 출처: 스물네살의 사자후(이현도,예당 미디어)
좋은 음악인은 어디 있어도 남들이 알아보게 된다.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
들 중에는 자신이 음악을 만든다 해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
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. 등용문이 따로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런 답답함
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. 나는 '현진영과 와와'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
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어
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 하는 고민은 당연한 일이다. 그러나 나는 정말
로 열정을 갖고 재능을 키우면 불투명해 뵈는 앞길이 분명 열리게 될 것
이라고 확신한다. 음악을 열심히 해서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는데도 기회
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데모테잎을 만들어 기획사나 음반사를 찾아
가는 일부터 해야 한다. 데모테잎이란 다들 알겠지만 자신의 노래를 소개
하는 테잎이다. 고난도의 기술과 음을 사용하여 편집할 수도 있고 단순
한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유치한 수준일 수도 있다. 단지 자신의 음
악 수준과 음악세계를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. 기획사나 음반사에
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가능성을 발견하면 얼마든지 새롭게 편집되고
수정될 수 있으니까.
단지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데모테잎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. 그
러나 단번에 자신의 데모테잎이 채택되기를 바란다면 그건 무리다. 사람
마다 듣는 귀가 다르고 기획사나 음반사마다 특성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
이다. 따라서 한두 군데서 거절당했다고 절대로 상심할 필요는 없다. 우
리나라에 기획사나 음반사가 어디 한 두 군데인가. '서태지와 아이들'도
수많은 음반사에서 거절을 당한 끝에 결국 반도음반에서 시험삼아 음반
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. 새로운 음악, 좋은 음악은 오히려 고난을 겪을
수 도 있다. 그러나 나는 데모테잎을 만들기 전에 먼저 '과연 내가 하산
(?)할 때가 되었나?'하는 반문을 먼저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. 아무
리 데모테잎을 만들어 음반사를 찾아다닌다 해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쓸
데없는 일이기 때문이다. 뭔가 색다른 자기만의 색채가 없는 적당히 흉내
낸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. 그래서 어쩌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
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. '가수는 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
지 인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.' 라고 마음먹고 나를 선택하든 말
든 나는 음악이 좋아 음악을 하겠다는 그런 자세를 가지면 의외로 기회
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다.
출처 : 다음 : MIDI 카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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